화요일, 2월 21, 2006

번호표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겠지만, 콜롬비아란 곳에서 뭔가를 하려면 우선 그 나라 국민성과 주변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 추진을 하다가는 쫄딱 망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농축 섬유 유연제'를 국내에 들여왔다가 쫄딱 망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아는 내용이다. 이 내용이 뭔고 하니, 농축 세제와 세제와의 관계처럼 유연제도 농축을 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주거환경도 매우 협소하고 작은 것을 좋아하는데다가, 워낙 매뉴얼대로 하는 성격이 짙어서 적은 유연제로도 같은 효과를 본다는 것이 매우 긍정으로 받아들여져서 대 히트를 쳤다. 똑같은 개념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팔았는데, 애초에 한국인들은 세제나 유연제를 넣을 때 계량해서 넣는 일이 없다. 그러다보니 싼값에 넉넉해 보이는 유연제가 훨씬 더 잘 팔리는 것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인건비에 대해서 매우 가늠을 하기가 힘들다. 가정부 하루 사용하는데 이만페소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만원정도 인데, 한국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그런데 이런 계약직이 아니라 정식으로 일을 한다고 치면, 일의 효율로 봤을 때는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휴가라던지 기타 제반사항들 때문에 한국같이 '월화수목금금토'로 일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일 하는 것도 상당히 느슨해서 실제로는 그다지 이익을 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전에 비자 받으러 갔을 때, 우리나라 같으면 매우 보편화 돼 있는 '번호표'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 차이점이라면 여기는 번호표를 사람이 나눠주고 사람이 부른다. 번호표는 재활용을 위해 코팅이 돼 있다. 줄을 서서 들어오면 번호표를 1번 부터 주욱 나눠주고 나눠주는 사람이 살펴보다가 줄이 짧아지면 다음 번호를 불러주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이런걸 보면서 자동화라는 것에 대하여 좀 생각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회사야 사람을 짤라서 인건비 절약하면 좋지만, 짤린 사람은 돈을 못 벌기 때문에 경제활동에서 제외되고, 그러면 회사는 매출이 떨어져서 다시 사람을 짜르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요일, 2월 17, 2006

정보 홍수속에서 제정신 차리기

요즘은 정보가 홍수를 넘어서서 바다를 이루고 있다. 웹 서핑이라는 것도 정보의 바다를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듯, 이미 정보는 인간 개인이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변화의 시대에는 항상 새로운 능력이 돋보이게 되고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알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권력을 쥐게 된다. 물론, 기존에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나 단체가 더 유리하긴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변화의 시대가 가지고 있는 기회다. 사회가 안정적이면 변화는 내부적으로 진행된다. 겉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변화가 진행되다가 더 이상 변화가 내부적으로 수용이 되지 못하면, 겉으로 드러나게 돼 있다. 내부 변화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변화의 흐름을 잡고 있는 사람이 바로 변화 후의 시대를 주도하게 될 차세대 주자다.

정보의 홍수가 현재 직접적으로 사회 자체에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는 이미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 중 어느 부분을 비 효율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고, 새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유리해져 가고 있다. 그 능력이 무엇이냐를 아는 사람이 성공할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실패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자신의 identity를 잃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결론은 옛날 소크라테스가 한 말을 다시(재해석): know thyself.

화요일, 2월 14, 2006

능력없는 과학자들에게 쓸모없는 연구를 시키는 진짜 이유

이 글에 앞서 이 글 을 읽어야 합니다.

" 이 책에 따르면 능력없는 과학자들이 쓸모없는 연구 결과를 생산해냄에도 불구하고 정부 연구소에서 돈을 많이 주는 이유는 능력없는 과학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거다. 즉 철밥통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능력있는 듯이 가장해서 행동할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리므로 실제 능력 있는 과학자와 구분이 손쉬워진다는 효과를 얻는다는 이론이다. "

이 문구... 내 생각에는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연구소에서 연구를 많이 하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제대로 된 연구는 몇 개 없고, 쓰레기나 다름없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돈을 써 가면서 연구하는 이유는 뭘까? 그 책에는 능력있는 연구원과 능력없는 연구원을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일견 이 말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 이유는 사실 '연구원' 들의 풀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먼저 '연구'라는 분야는 (1)실패율이 매우 높고, (2) 성공했을 때 보상은 매우 크며, (3) 하던거 바꾸기가 매우 어려우며, (4) 지식이 많이 필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능력의 유무는 평가할 수 없다, 단지 능력의 결과로 나오는 '실적'만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실적은 능력과 일대일 매핑이 되지 않는다. 실적은 어디까지나 능력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용하는 근사치 일 뿐이다.

"우선관찰연구소와 우선이론연구소라는 연구소를 두 개 설립한다고 가정하자. 우선관찰은 항상 먼저 관찰을 하며 연봉 5만불, 우선이론은 먼저 이론을 만들고 이론이 옳다고 판단되면 10만불, 기각되면 2만불을 연봉으로 받는다"

여기서 '우선관찰연구소'를 아예 설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능력있는 연구원은 우선이론연구소로 가고, 나머지 능력없는 연구원은 통닭집이라도 차려야 하나? 어차피 이론이 옳으면 10만불을 받기 때문에 능력되는 사람은 연구할 것이고, 능력 안되는 사람은 2만불만 받다가 통닭집이든 야식집이든 차릴 것이다. 여기에서 이미 능력의 유무는 구분이 되는데 뭐하러 '우선관찰연구소'를 만든단 말인가?

분위기 바꿔서 '연구원 양성소'를 생각해 보자. 100명의 연구원을 6년에 걸쳐 트레이닝을 시킨다고 가정하고 탑 5명만 연구시키고 나머지는 (어차피 쓸모없는 연구만 할 거) 그냥 짜장면 배달부 내지는 튀김집 연습을 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누가 연구원 양성소에 갈까? 탑 5명만 갈거라고? 탑 5인지 아닌지는 연구원 양성소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아는데? 근본적으로 인간의 능력은 인간이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탑 클래스만 대우하고 나머지를 대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랜덤하게 5명 추첨해서 VIP대우 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다시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연구원이 어느 정도 있어야 능력있는 연구원과 능력없는 연구원이 구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능력구분 목적 보다는 연구원 수를 유지하기 위해 일견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다. '관찰'연구소에 있다가 더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론'연구소로 옮기는 일이 있을 수 있고 '이론'연구소에서 한가닥 하러 왔다가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관찰'연구소로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무한경쟁시대에 '이론'연구소에서 2만불만 받다가 밀려밀려 통닭집 차리는 분위기라면 아무도 연구원이라는 직업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아참, '능력있는 연구원과 없는 연구원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틀린말은 아닐 수 있다. 구분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존재는 해야 하니까. 이쯤에서 제목을 약간 정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능력의 유무는 실제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목: 쓸모없는 연구를 계속 유지하는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