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6월 27, 2006

급식의 추억

나의 급식생활은 대학교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음식에 대해서는 그 이전부터 단련이 됐다.

수 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접해온 나는 드디어 미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맛을 느끼는 감각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어떤게 맛있는 음식이고 어떤게 맛없는 음식인지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이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을 먹을 때에도 그냥 '먹을만 하네' 정도만 느낀다. 장점을 이야기 하자면 어지간히 맛없는 음식을 먹어도 그냥 '먹을만 하네' 정도를 느낀다.

학교에서는 이 능력이 탁월하게 발휘됐다. 학생식당의 메뉴를 보고 교직원식당이나 카페테리아로 발길을 옮기는 학우들을 보고 그냥 '먹을만 하구먼...' 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쩌다 학생식당의 식질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날이면 그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거기서 '먹을만 하다' 라고 의견을 냈다간 근거를 추궁당할테고, 솔직히 맛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잘 안가는 나로써는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기로 했었다.

방학이 되어 집에 다녀온 학생들은 '사제'음식에 길들여져 있어 '짬밥'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대학교 4년 + 대학원 2년간 집에 다녀온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뿐더러, 집에 갔다왔다고 해도 오히려 입맛이 더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그 동안 집에서 단련된 미각 퇴화 훈련을 더 받을 기회이기 때문에)

최근들어 미각이 살아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그건 둘 중 하나다. 우리 회사 식당음식이 나의 무딘 입맛을 침투하고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경우이거나 나의 미각퇴화 훈련을 오랫동안 받지 않게 된 사이 무뎌진 입맛이 돌아고 있는 경우이거나.

후자의 경우가 바람직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을 듯. 우리 회사의 구내식당에서는 많은 종류의 음식이 나오지만 그 중 국 만큼은 1/2 이상이 후추국이다. 색깔과 모양은 다르지만 맛은 후추맛 밖에 안난다. 그래서 우스개로 미역맛 후추국, 소고맛 후추국, 등등으로 부른다.

이런 유머를 커피에도 쓰고 있다. 커피맛 설탕물이라고.

월요일, 6월 19, 2006

컴퓨터 조립

오래간만에 컴퓨터 조립을 했다.

2001년~2002년 사이 어딘가에서 샀다고 판단되는 컴퓨터 2 대 (물론 둘 다 내가 샀다)를 합쳐서 한 대로 만드는 작업이다.

컴퓨터 A : 원래 펜티엄 150MHz짜리를 최소 비용을 들여 업그레이드 한 놈. 더도 말고 딱 30만원 들였다. 메인보드 + CPU(셀러론 800) + 메모리. 나머지는 옛날 부품 그대로. 중간에 지름신의 부름을 받아 거금 20만원을 들인 GeForce Ti 4200도 꼽혀 있다. Ti 4200은 완벽한 실패작. 돼지발에 진주목걸이란게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셀러론 CPU와 메모리 256으로는 Ti 4200의 힘을 끌어내기 역부족이다. 최근 이 비디오 카드는 슬슬 맛이 가서 콜드 부팅으로만 화면이 제대로 나오는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역시 그 전에 지름신의 부름을 받아 구입한 SCSI컨트롤러. 이건 디스크가 나가는 바람에 슬롯만 차지하는 진정 개밥에 도토리라 부를 수 있다.

컴퓨터 B: 동생 숙제하라고 사준 컴퓨터. 그래도 셀러론이 아닌 펜III 866MHz짜리가 들어 있다. 비디오 카드는 그 당시 암말 없이 싼 컴퓨터에 대부분 꼽혀있는 mx440. 메모리는 역시 256MB. 걍 아무 목표 없이 조립하다 보니 싸구려로만 들어갔다. 몽땅다 싸구려지만 문제는 메인보드. 공포의 퍼런화면이 종종 나온다. 바이러스나 웜일 가능성도 없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퍼런화면은 바이러스보다는 보드불량으로 무게를 둘만 하다.

모니터는 평면 브라운관 17인치와 LCD 15인치. 평면브라운관은 가끔가다 속에서 '딱'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화면이 울렁거린다. LCD는 색 표현능력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보이면서 색깔에서 '계단현상'이 심하게 나온다.

몽땅 뺀 뒤 멀쩡해 보이는 케이스쪽에 A쪽 메인보드 B쪽 CPU, 메모리 몽땅, A쪽 사운드 카드, B쪽 하드, 등등... 조립한 뒤 전원을 넣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한 번에 성공. 이번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CPU 쿨러 붙이기였다. 사실 붙이기 보다는 떼기... 뒷면에 thermal grease가 밀린 듯 하지만 다시 칠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아쉬울게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라 생각한다.

결과 사양: CPU PIII 866MHz, 512M, 30G HDD, 440mx

수요일, 6월 07, 2006

인터넷 라디오

나는 아침에 승용차로 출근할 때 아침 뉴스를 듣는다. 라디오 시간 편성을 출근자 위주로 했을태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기가막히게 출근 시간과 맞는다. 8:00~8:30 까지가 KBS 1 라디오 뉴스 시간이고 KBS가 싫다면 MBC에서도 같이 뉴스를 한다.

요즘은 KBS에서 인터넷 라디오 ''을 설치하라고 야단이다. 컴퓨터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나로써는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오늘 한 번 설치해 보고나서 무지무지 감동먹었다. TV도 별로 보지 않는 나로서는 단지 소리만 나오는 라디오는 그다지 효용성이 없다고 느꼈으나 생각 외로 쓸모가 있었다. 이제 나열 들어간다.

  1. 귀를 막는 효과. 원래는 MP3플레이어를 사용하여 음악을 들었으나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보면 노래를 선택하는 것도 귀차니즘의 영향을 받게되어 점점 떨어진다. 라디오는 그에비해 식상하지 않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2. 뉴스 소식. 이게 의외로 유용하다. 나같은 경우는 채널은 뉴스채널로 고정해 놓고 있으니 매 시간마다 뉴스가 나온다. 업무 중간중간 웹서핑을 하는 효과가 난다. 일은 눈과 손으로 하고, 귀는 뉴스를 듣는 멀티태스킹이 되고 있다. 물론 중요한 일을 할 경우에는 헤드폰을 빼놓고 한다.
  3. 시간,날씨. 매 시간마다 XXX가 XX시를 알려드립니다. 날씨도 거의 매 시간마다 들려주는데 의외로 괜찮다.
  4. 속보. 가끔가다 속보가 들릴때도 있다. 예를들면 오늘 나이지리아 피랍사건... 이것도 금방 들을 수 있었다.

혹시나 회사에서 MP3가 식상해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