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4월 11, 2011

카이스트 사태와 의사소통 문제

카이스트에서 학생 네 명이 자살한 사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가 많다. 넉달이 채 가기도 전에 학생 네 명과 교수 한 명이 자살한 것은 분명 커다란 문제가 있다.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번 사태가 나오기 전 의사소통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이 되었다고 한다. 서남표 총장의 연인 불가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 의사소통 단절 문제였다. 의사소통의 핵심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는 금번 사태처럼 비극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아예 듣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파악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편의에 따라 편협하게 해석해 버린다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금번 사태에서는 두 가지 모두 갖추고 있다. 네명의 학생이 자살한 후 급히 가진 간담회에서 일방적으로 이야기만 하고 끝냈다는 것은 아예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 과도한 학점 경쟁 스트레스로 교내가 삭막해져간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공짜는 없다"로 답변을 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편의대로 해석해 버린 것이다. 이 같은 의사소통 부재는 오래 되었다고 한다. 이 상태로는 서남표 총장은 총장으로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카이스트의 개혁을 위해서는 제대로된 상황파악이 필요한데, 애초에 상황파악을 할 수 있는 의사소통 채널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며, 대화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편한 대로 해석을 해 버린다면 상황 파악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화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의사소통에 대한 기대치는 없기 때문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더라도 믿지 못할 것이다. 의사소통 채널 자체도 이미 막힌지 오래라 이야기를 해 줄 사람도 없거니와,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하더라도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터놓고 이야기 해 줄 사람도 없다. 특히 지금이라면 무슨 이야기를 하던 간에 '면피용 해석'을 할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므로 애써 부정할 필요도 없고 그것에 과도한 비난을 가할 필요도 없다. 단지 확실한 것은 현재의 총장은 이미 의사소통 대상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일 뿐이다. 총장의 퇴진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서남표 총장의 경쟁을 통한 카이스트의 개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재 발생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단계인 상황 파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를 할 수 있고, 최소한 의사소통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첫째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말을 해서 손해를 본다거나 말을 해도 효과가 없다면 말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말을 하는 환경이 된다면, 말들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해야 한다. 여기에 사심이 들어가거나 편협된 시각으로 해석을 해 버리면 제대로 된 문제파악이 안될 뿐더러 잘못 파악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역시 잘못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황파악이 제대로 된다고 하면 문제 해결 실마리는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카이스트 사태로 삶을 마감한 불행한 이들에게 명복을 빌며 이 불행한 사태가 빠른 시간내에 해결이 되고 더 좋은 카이스트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