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는 웬 바람이 불었는지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낡고 우중충한 카펫을 걷어내고 민자 바닥을 깔았다. 같이 바뀐 것은 천장. 먼지가 많이 쌓여 거뭇거뭇 했던 것들이 깨끗한 색으로 바뀌었다.
작업 기간은 1주일 정도라 우리는 짐을 싸들고 임시 거처에 1주일 정도 머물렀다. 이 때 문제가 발생했다.
태초 사건의 씨앗은 파일서버 설치부터. 우리는 파일 서버로 오래된 PC를 사용하고 있다. PC를 우리 실에서 사용할 파일 서버로 만드는 일은 가장 만만한 나. 신참도 있지만 믿음이 안가는 듯 했고, 고참은 파일서버 구축 같은 하급 일을 할 시간이 없다고 뺀다. 당시 나도 실장한테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이런걸 연구원이 하나요? 만약 나에게 맡기면 FreeBSD를 깔아 버리겠다.' 라고 협박을 했었다. 윈도우 XP 따위를 깔아 놓으면 웜이나 기타 윈도우를 타겟으로 하는 웜에 감염이 쉽게 되어 관리가 귀찮은 데다가, 사내에서 돌리고 있는 스캔에 걸릴 수 있다. (각종 감시용 소프트웨어 안깔았다고 경고 메시지 날라온다.)
그 협박을 가볍게 들을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협박을 더 했다. '데이터는 관리 안합니다. 시스템만 구축합니다.' 그 것도 가볍게 듣고 나에게 파일 서버 구축을 맡겼다. 간단히 FreeBSD 사이트 가서 그 당시 나온 'stable release'의 CD 이미지 다운로드, 굽기, CD로 부팅, 포맷, 설치 + 삼바 설치, 마무리. 이렇게 깔끔하게 끝내고 손을 털었다. 가끔 서버가 안되면 가볍게 리셋 버튼 하나를 눌러 해결했다. 어차피 모니터도 안붙여놔서 보이지도 않는다.
옮기기 전까지는 문제 없다가, 옮기고 나서 켜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드 긁는소리가 드륵드륵 하는 것이 모터가 스핀업이 안되는 듯 했다. 나사를 풀어보니... 심한 충격을 받아서 하드가 제 위치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 결국 복구업체를 불렀다. 개인적으로만 사용하는 거라면 간단히 포기를 하겠지만 우리 실장이 '중요한' 자료를 많이 넣어 놔서 미련이 많이 가는 듯 했다. 시스템 구축했다는 원죄로 복구 까지 떠맡은 나. 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 맛이 간 것은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거야 뭐 하드디스크 복구 업체에게 맡기는 것. 맡겨놓고 계속 실장이 나에게 데이터의 중요도를 가지고 압력을 넣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중요한 데이터가 있으니까 반드시 살려야 돼!, 못 살리면 안돼!"
그에 대한 나의 대답:
" 그 말 디스크에 대고 하시죠."
나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 다음은 그야 말로 디스크 마음이다. 그 디스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디스크가 살아나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 그 중요도를 이해를 하면 살아나는데 더 도움이 될 듯한 느낌이 들 수는 있겠다.
뭐...
어쨌든....
다행히 디스크는 살았다. 지금은 데이터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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