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1월 15, 2006

부동산

지금까지 부동산 관련해서 이렇게 나라가 뜨거웠던 적은 없던 것 같다. 언젠가 한 번 줄기세포와 관련하여 온 국민이 줄기세포 전문가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북핵 문제도 부동산 문제 보다 비중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최근의 미묘한 기류로 따져보자면, 얼마전까지 '연착륙' 이라는 용어가 쓰이다가 최근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모두 '경착륙'에 대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부동산이든 뭐든 간에 이 정도로 과열됐다면 서서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만큼은 안정시키겠다며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거의 매번 헛다리를 짚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시나리오를 짜봤다.

집권 초기, 웅대한 꿈을 가지고 반드시 국가 발전을 이루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마스터 플랜을 세웠다. 목표는 경제의 꾸준한 발전과 서민들을 울리는 양극화(빈익빈 부익부) 해소, 국토 균형발전, 등 등 등... 많은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목표가 너무 높다보니 현상태에서 약간씩 발전하는 것으로는 오히려 퇴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특단의 '묘수'가 나와야 한다. 특단의 묘수는 바로 행정수도 이전이다. 행정수도를 이전함으로써 서울로 집중돼 있는 개발이 지방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것일뿐만아니라 개발을 하게 되면 경기도 살아나 경제발전도 이룰 수 있고,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와 일자리가 지방으로 분산되는 효과도 있는 일석 삼조나 사조 정도의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근데, 이러한 대량의 개발은 당근 '돈'이 들어간다. 거액의 토지보상비가 풀릴 것이고, 제대로만 풀리면 이 돈은 재 투자되어 경기를 살리는데 일조할 것이다... 라고 생각을 했지만, 첫 번째 문제부터 걸린다. 행정수도 이전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킨것. '관습헌법'상 위헌이라는 판결을 맞고나서 부터는 이미지부터 타격을 받았고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호재로 인해 관련 땅값은 이미 올라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었으면 무우라도 잘라야 해서 행정특별도시(?)라는 괴상한 형태의 도시가 만들어져 버린다.

두 번째 문제는, 토지 보상비가 풀렸지만 이 돈이 주식이나 사업에 투자된게 아니라 도로 부동산으로 재 투자됐다는 것. 돈은 많이 풀렸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에서는 우리네 정서에는 '부동산에 묻어두자'라는 것이 누구든 할 수 있는 결론이다. 그럼 결국 어떤부동산이냐는 문제고, 그 시장에서는 역시 아파트 라는 답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틀어진 방향은 당근 부동산 급등 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됐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놈은 많은데 물건이 한정돼 있으면 당연한 현상이다. 정부는 당연히 이러한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지보상금으로 풀린돈이 부동산에 몰리지 않게 강경한 대책을 쏟아놓는다. 그런데... 잠깐 다시 생각을 해서, 그냥 꽉꽉 틀어 막는다기 보다는, '세금으로 회수' 쪽으로 살짝 방향을 다시 틀었다.

그래서 결정된 정책이 종부세와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부동산 가격의 1%를 세금으로 내는 것은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금리가 1% 정도 오버헤드를 안고 시작한다는 의미고, 그 1%는 고스란히 국가가 환수하게 될 예정이므로 무리한 적자운영을 어느 정도 메꿔줄 수 있다. 또한 금리 이상으로 올라도 양도차익의 상당액을 다시 세금으로 환수가 가능하므로 단기 급등에 대한 대처도 가능하며 제대로만 먹힌다면 양수겹장이 것이다. 즉, 장기적으로 묻어두겠다면 종부세로 회수, 단기 차익을 노린다면 양도세로 회수, 부동산이 아닌 다른곳(예를들어 주식)에 투자한다면 대환영. 이것이 바로 정부가 노린 회심의 8.31 대책인 것이다.

그 다음 시장의 반격은 재건축. 앞서 이야기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 이후 이렇다할 지방 발전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돈이 몰리는 곳은 '역시서울'이었고 오래된 아파트 위주로 재건축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 아직까지도 금리를 높일 수준의 경기가 되지 않았고 돈은 풀렸으나 투자처는 없다. 수십년간의 노우하우(부동산 불패신화)는 이 돈이 다시 부동산으로 몰리도록 하였다.

이번 정부는 양수겹장을 좋아하는 듯 해서 '보이지않는 손'과의 대결을 진행중인듯 하다. 재개발로 몰리는 돈을 정부는 가만 두지 않는다. 아직도 정부는 행정복합도시만 잘 만들어지면 서울의 주택수요는 급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 하다. 정부의 생각으로는 서울에 더 투자하는 것은 낭비요 필요없는 일이고, 이 몰려드는 돈을 지방에 좀 보내 양극화를 해소했으면 하는 것 같지만 그걸 정부가 제어할 순 없는일이다. 어쨌든 이번에도 대책을 내놨다. 이른바 3.30 대책으로 강력한 재건축 규제다. 한마디로, '너네들이 재건축할거라면 임대주택 이만큼 지어놓고, 그걸로 이익 보는 거는 우리(정부)가 환수한다'이다. 손안대고 코풀려는 정부의 속내가 그대로 보인다.

8.31과 3.30 대책으로 정부는 승리를 확신한다. 솔직히 이제는 돈이 더 이상 부동산으로 몰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토지는 이전부터 꽉 묶여있었고, 8.31로 부동산 '투기'는 불가능해 졌으며 개인이 개인 재산가지고 하는 재건축도 공공에 대한 투자를 해야지만 진행이 될 뿐 아니라 이익마저 환수하기로 한 마당에 이제는 부동산으로 몰릴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 이제는 8.31 대책이 효력을 보는 가을까지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8.31 대책으로 거래가 끊기고 1가구 다주택자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어 이들은 불만이 쌓이고 있는데다가, 현실적으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뭘까를 보면 결론은 나온다. 양도세는 무시무시하게 많다. 현실적으로 이걸 파는 것은 그냥 국가에 주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그냥 쥐고 있으면 종부세가 아프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책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금리도 낮으므로 전세금을 예금에 묻어두는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의 전세금을 아파트 담보로 대출받아서 돌려주고 세입자로부터 월세를 받는게 짭짤할 뿐 아니라 종부세도 납부할 수 있다. 월세는 현재 금리 + 종부세 + 알파 수준에서 결정하면 깔끔.

이것이 바로 추석 이후의 전세대란이다. 사실 전세 대란은 8.31 대책이 나올때 언급은 됐었으나 무시를 했었던 것 같다. 전세대란은 서민들이 첫 집을 마련하는 소형 주택의 급등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더 이상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했으나 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급등은 당근 돈이 많이 풀린 것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로 꾹꾹 막아 두면 알아서 다른 곳으로 투자처를 옮길 줄 알았지만 이제는 규제로 막을 수 없을 만큼 돈이 부풀어 올라있다. 그것도 부동산에만.

이제부터 나오는 정부의 대책은 백기 투항 후 과부 주머니 쌈지돈까지 부동산에 들어갔다가 버블이 한거번에 꺼질때의 충격완화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소위 말하는 대출규제다. 빌린 돈으로 부동산 사고, 그걸 담보로 또 부동산을 사고.... 이러다 버블이 터지면 줄 파산이다. 은행은 보호를 해야겠기에 40% 만 담보비율로 인정... 이건 버블이 꺼졌을때 거진 반토막 날 걸 예상한단 소리다.

여기의 피해자는 누굴까? 바로 중산층이다. 집은 한 두푼하는 것이 아니므로 집을 마련하는 순서는 대략 이렇게 갈 것이다. 취직후 월세방에서 시작, 돈 모아서 전세, 전세금 올려 다니다가 전세금 + 대출로 내집 마련, 대출금 값고 큰 집으로 갈아타기. 일단 전세가 어려워지는것과 전세금 + 대출로 내집을 마련하기 힘들어지는 것으로 집 마련 자체가 점점 멀어진다. 이번 정부의 목표인 양극화 해소와는 반대되는 현상이 나온다.

최근 청와대 홍보수석의 강남집에 관련된 시민의 반응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극명히 드러낸다. 이 사람은 2004년도에 2억을 가지고 8억을 대출받아 지금 22억짜리 강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차지한 아주 모범적인 부동산 투자(기?)가다. 불법적인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한다. 근대 왜 비난을 받을까?

첫째, 이 사람은 '지금은 부동산 사지 마세요' 라고 하고 집을 팔았다. 이 사람이 자신의 집을 산 사람을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뷰-웅신'?) 누군가 집을 산다고 하는 것은 누군가 집을 판다고 하는 것이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는데 이건 완전히 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둘째, 이 사람은 '모범적인' 행동을 했다. 다른 사람도 이를 본받아 4년만에 2억에서 22억으로 불릴 수 있도록 노우하우를 전수 받아야 한다. 그런대 강남에 입성한 사람의 상당수가 이 사람과 비슷한 모범생이다. 미래를 읽는 노우하우도 있고, 과감히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투자를 하는 결단력도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사람들이 단지 강남에 집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강남 투기꾼'으로 징벌성 세금인 종부세 대상에 올라야 하는 건가?

자, 이제 결론을 내자,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실패다. 애초에 부동산을 부동산만 가지고 풀려고 했고, 그나마도 정부가 딴생각으로 세금쪽 정책을 강화하다 보니 원래 하려고 했던것들은 하나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지금은 정권 말기라 정책을 발표해도 먹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아서는 아니된다. 아집과 좁은 시선에서 벗어나 좀 더 시장에 순응하는 정책을 내놨으면 한다.

댓글 2개:

jhrogue :

그래서, 닭아, 얼마 벌었냐? 술 한잔 쏴야지?

파름 :

닭아, 자네도 잘 알다시피 팔아서 돈을 손에 쥐기 전까진 깔고 앉은 콘크리트 덩어리일 뿐일세. 한 3~4년간은 등골이 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