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월 14, 2006

소프트웨어 개발과 람보

이 글은 SW개발자들이여, 람보가 돼라??? 의 트랙백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기사는 "SW개발자들이여, 람보가 돼라" 입니다.

데브데이즈 2006에서 기조 연설로 행해진 이 연설은 이런 저런 상념에 빠지게 한다. 나는 그곳에 가 보지도 않았고, 단지 미디어다음의 기사와 그 기사에 대한 일련의 블로그 포스트를 본 것 뿐이지만 대략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솔직히 말하면 그 연설내용들은 그다지 틀린 말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최고가 되려면 한 팀이 6개월 걸려도 못하는 일을 혼자서 한달만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의 발언인데, 실제로 그런 개발자가 있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써는 '최고'라고 칭호를 내리는데 있어서 아무도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모두들 람보는 엄청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고 일당 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왜 이 세상의 군인들은 대부분 람보가 아니고 총을 몇 번 쏘지도 못하고 람보의 M60기관총에 쓰러지는 엑스트라들일까? 왜 람보는 한 명밖에 없을까?

바둑 격언에 묘수세번이면 바둑 진다는 말이 있다. 묘수라는 것은 일거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가막힌 수다. 그런데 그걸 세번씩이나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질까? 다름아닌 묘수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 것 자체가 이미 질만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경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이 격언은 소프트웨어에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 만약 엄청난 영웅에 의존해야만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면 이미 지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나머지 발언들은 대부분 '개발자' 입장이라기 보다는 개발자를 고용하고 있는 '회사'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이해가 가는 내용들이긴 하지만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내용들이 종종 들어있다. 예를들어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로 집중' 하다간 과로사 할 수 있다. 집중을 하면 시간가는지도 모르고 졸음도 없고 능률도 좋다. 단지, 누구나 자기 의지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으면 수업시간에 조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느끼기만 한다면 집중하는데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단, 10분에 한 번씩 전화벨이 울리고 옆에서 고객이랑 전화로 다투는게 귀에 들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에... 그리고, 목숨을 걸고 일해본적 있냐는 질문에 관객들이 숙연해졌다고 했는데, 아마도 숙연해진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일 듯하다. 하나는 신출내기 개발자로 람보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도 죽기아니면 살기로 달라붙으면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 -- 불가능한 것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려들 경우 100% 죽는다 -- 과 말문이 막힌 사람 -- 개발자들은 파리목숨이란걸 다 안다. 하루하루가 목숨걸고 일하는 거다, 오죽했으면 21세기 미싱공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 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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