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월 12, 2010

아이폰 단상

아이폰 2개월 쓰고나서...

아이폰(나중에는 아이패드도 포함되겠지만)이 기존의 컴퓨팅 환경에서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어떻게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겠지만, 앞으로 보면 더욱 큰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라 지금 IT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이라 믿는다.

1. 응용 프로그램의 기능 제한

아이폰에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 할 때, 그놈의 제한 사항이 많다. 대표적인(그리고 중요한) 제한 사항은 코드를 인터프리팅 하지 못하도록 한 라이선스 사항이다. 이걸 적용한다면, 저 라이선스 사항에 적용되는 일반 개발자들은 자체 매크로 기능이 불가능하다. 수 많은 깜찍한 기능들을 자체 인터프리팅 언어를 통해 구현된 유명한 프로그램들은 많다. EMACS는 텍스트 에디터라기 보다는 리스프 인터프리터에 가깝다. 그러니까, EMACS는 텍스트 버퍼를 다루도록 특화 돼 있고, 함수를 키에 바인딩 시킬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LISP 인터프리터의 변종 정도 취급 돼도 그리 크게 틀린말은 아니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애플에서는 '응용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기능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아이폰에서는 emacs따위의 에디터를 '응용 프로그램'으로써 넣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인터프리팅 기능을 하는 것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웹 브라우저)은 OS와 같이 설치되며 지울 수 조차 없는 것들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제한을 해서 달라지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응용프로그램은 범위가 매우 축소되어버렸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들 (전자우편, 웹브라우저 등)은 애플 이외에는 개발해서 넣을 수 조차 없다. 장점 찾아 보자면 바이러스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 있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실제 의미있는 기능들은 애플만이 공급할 수 있다. 응용 프로그램들의 범위는 좁아질 것이고 애플이 제한을 한 사항과 관계 없는 응용들은 남겠지만, 나머지는 애플이 독점 공급하던지, 아니면 통신기능을 포함한 껍데기만 남고 주요기능은 원격서버에서 수행될 것이다.

사실 사용자는 그리 문제되지 않는데, 어차피 사용자가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만들 것이고 (물론 그 누군가가 누가 될 지는 애플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사용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 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앱스토에서 마음껏 응용을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자기가 아이폰의 응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 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이 애플에서 만든 기본 프로그램일 것이고 매우 작은 범위 (주로 게임 등 심각하지 않은 것들)에서만 통제가 가능할 뿐이다.

2. 컨텐츠 틀어 쥐기

아이팟부터 시작된 애플의 컨텐츠 개념을 아이폰에도 넣었다. 다시 말하면, 컨텐츠는 자신의 '홈서버'에 넣고 단말(아이폰)은 단지 홈 서버에서 동기화된 인스턴스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이팟 내에 있는 컨텐츠는 단지 그림자일 뿐, 그것으로는 그 단말 내에서 재생 이외에 다른 '컨텐츠'로써의 어떠한 행위(예를 들어 복사)도 불가능 하다. 많은 MP3 플레이어가 USB 메모리 형태로 관리되고 자체에서 재생도 될 뿐더러 새로운 컴퓨터에 옮겨 넣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재생을 위해서는 데이터는 몽땅 가지고 있어야 하며,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옮기지 못하도록 제한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아이팟을 들고 다른 아이튠에 sync하느라 음악을 몽땅 날린 경험을 한 사람들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 역시 효과가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일까? 컨텐츠를 애플이 쥐게 될 수 있다. 모든 컨텐츠는 아이튠에 넣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아이팟/아이폰에 넣은 컨텐츠는 단순한 컨텐츠의 그림자일 뿐 실제 컨텐츠는 아이튠에 들어있다. 모든 컨텐츠는 흘러다니다 아이튠에 걸리면 다른 곳으로 흐르지 못하고 머물러 있게 된다.


위 두 가지 커다란 제한 사항으로 사용자들이 얻는 것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편해졌다. 일단, 윈도우에서 문제가되는 수 많은 보안문제와 호환성 문제는 사라진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응용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핵심되는 소프트웨어는 애플이 독점하며, 멀티태스킹도 제한되고 접근 영역도 제한 되어 애초부터 바이러스라는 것을 만들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아무렇게나 사용하더라도 실제로 '아무렇게나' 자체가 그다지 넓은 범위가 아닌 부처님 (애플...이겠죠) 손바닥 위일 뿐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 응용을 지우면 되고, 정 안되면 백업된 버전으로 돌아가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

컨텐츠도 마찬가지. 애초에 아이팟/아이폰의 컨텐츠 (음악,사진,동영상,응용프로그램, 등등)는 단순한 그림자일 뿐, 실체는 '홈서버'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위 백업버전으로 곧바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AS정책도 쓰던거 잘못되면 반납, 리퍼브 제품으로 돌려줘도 sync 한 방으로 복구가 된다.

현재 애플은 거의 성공단계에 와 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으로 성공했고, 사람들도 생각하기를 싫어하므로 편하게만 생각하자면 아이폰은 한 없이 편할 수 있다. 그러면 애플은 아이폰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응용을 애플이 독점해 버릴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램을 제한 할 것이다. 이미 그런 발걸음은 가시화 되고 있다.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10/02/09/201002090485.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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