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월 19, 2010

인간과 컴퓨터

컴퓨터가 인간에게 '도구'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컴퓨터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마도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망치, 드라이버, 등의 도구는 매우 유용하고, 예전에는 컴퓨터도 그러했다. 이러한 원시적인 도구는 처음 만들어지면 그 모양 그대로, 그 역할 그대로 사용이 됐고 원래 설계된 이상의 기능을 하지는 못한다. 가끔 새로운 사용처를 발견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발견'의 의미이지 도구 자체가 새로운 능력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컴퓨터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가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들어가면서 똑같이 놓고 쓰는 컴퓨터이지만 하루하루가 새롭다. 최소한 바이러스 백신의 업데이트라도 되지 않는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이러한 컴퓨터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 들이게 되었고, 어느 정도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수용하는 자세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위기의 변경은 인간의 컴퓨터에 대한 위상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단순 도구가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이미 되어 있다는 이야기 이다. 그렇다면 도구 이상의 무엇은 과연 어떤 위상일까?

내가 보기에는 그것은 보다 더 '존중 받을 객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집 컴퓨터가 고장 났다고 해서 옆집에서 빌려다 잠깐 쓰고 돌려줄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아니라 어떻게든 고장난 컴퓨터를 살리고 싶어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백신도 설치해주고, 행여 데이터를 잃어버릴 수 있을까 백업도 해주고,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사용으로 부터도 방어도 하는 그런 존재가 이미 되어 있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정도의 관심은 최소한 애완동물 수준 이상은 된다. 즉, 인간에게 컴퓨터는 무생물적의미의 도구가 아니라 최소한 애완동물 이상의 생명체에 해당한다. 이미 컴퓨터는 어떤 의미에서는 생명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1개:

Queuez :

...꼭 컴퓨터만 그런 수준은 아닌듯 합니다.
자동차, 오디오, 보석...
얼마나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도구인지,
얼마나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도구인지,

솔직히 우리집 컴퓨터는 요세 슬슬 기어오르기 시작해서 '열받으면 다시 깐다!!'는 무시무시한 협박도 하고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