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급식생활은 대학교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음식에 대해서는 그 이전부터 단련이 됐다.
수 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접해온 나는 드디어 미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맛을 느끼는 감각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어떤게 맛있는 음식이고 어떤게 맛없는 음식인지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이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을 먹을 때에도 그냥 '먹을만 하네' 정도만 느낀다. 장점을 이야기 하자면 어지간히 맛없는 음식을 먹어도 그냥 '먹을만 하네' 정도를 느낀다.
학교에서는 이 능력이 탁월하게 발휘됐다. 학생식당의 메뉴를 보고 교직원식당이나 카페테리아로 발길을 옮기는 학우들을 보고 그냥 '먹을만 하구먼...' 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쩌다 학생식당의 식질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날이면 그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거기서 '먹을만 하다' 라고 의견을 냈다간 근거를 추궁당할테고, 솔직히 맛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잘 안가는 나로써는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기로 했었다.
방학이 되어 집에 다녀온 학생들은 '사제'음식에 길들여져 있어 '짬밥'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대학교 4년 + 대학원 2년간 집에 다녀온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뿐더러, 집에 갔다왔다고 해도 오히려 입맛이 더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그 동안 집에서 단련된 미각 퇴화 훈련을 더 받을 기회이기 때문에)
최근들어 미각이 살아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그건 둘 중 하나다. 우리 회사 식당음식이 나의 무딘 입맛을 침투하고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경우이거나 나의 미각퇴화 훈련을 오랫동안 받지 않게 된 사이 무뎌진 입맛이 돌아고 있는 경우이거나.
후자의 경우가 바람직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을 듯. 우리 회사의 구내식당에서는 많은 종류의 음식이 나오지만 그 중 국 만큼은 1/2 이상이 후추국이다. 색깔과 모양은 다르지만 맛은 후추맛 밖에 안난다. 그래서 우스개로 미역맛 후추국, 소고맛 후추국, 등등으로 부른다.
이런 유머를 커피에도 쓰고 있다. 커피맛 설탕물이라고.
댓글 2개:
닭아, 닭아...
쥐며느리 사건 기억나지? 쥐며느리를 본 찐이가 숟가락 팍 놓은 모습을 보고 너랑 나랑 미역국을 단숨에 들이켰지...
아아... 기억하고말고...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는 것으로 아는데, 쥐며느리는 혐오식품인 모양이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