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2월 14, 2006

능력없는 과학자들에게 쓸모없는 연구를 시키는 진짜 이유

이 글에 앞서 이 글 을 읽어야 합니다.

" 이 책에 따르면 능력없는 과학자들이 쓸모없는 연구 결과를 생산해냄에도 불구하고 정부 연구소에서 돈을 많이 주는 이유는 능력없는 과학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거다. 즉 철밥통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능력있는 듯이 가장해서 행동할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리므로 실제 능력 있는 과학자와 구분이 손쉬워진다는 효과를 얻는다는 이론이다. "

이 문구... 내 생각에는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연구소에서 연구를 많이 하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제대로 된 연구는 몇 개 없고, 쓰레기나 다름없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돈을 써 가면서 연구하는 이유는 뭘까? 그 책에는 능력있는 연구원과 능력없는 연구원을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일견 이 말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 이유는 사실 '연구원' 들의 풀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먼저 '연구'라는 분야는 (1)실패율이 매우 높고, (2) 성공했을 때 보상은 매우 크며, (3) 하던거 바꾸기가 매우 어려우며, (4) 지식이 많이 필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능력의 유무는 평가할 수 없다, 단지 능력의 결과로 나오는 '실적'만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실적은 능력과 일대일 매핑이 되지 않는다. 실적은 어디까지나 능력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용하는 근사치 일 뿐이다.

"우선관찰연구소와 우선이론연구소라는 연구소를 두 개 설립한다고 가정하자. 우선관찰은 항상 먼저 관찰을 하며 연봉 5만불, 우선이론은 먼저 이론을 만들고 이론이 옳다고 판단되면 10만불, 기각되면 2만불을 연봉으로 받는다"

여기서 '우선관찰연구소'를 아예 설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능력있는 연구원은 우선이론연구소로 가고, 나머지 능력없는 연구원은 통닭집이라도 차려야 하나? 어차피 이론이 옳으면 10만불을 받기 때문에 능력되는 사람은 연구할 것이고, 능력 안되는 사람은 2만불만 받다가 통닭집이든 야식집이든 차릴 것이다. 여기에서 이미 능력의 유무는 구분이 되는데 뭐하러 '우선관찰연구소'를 만든단 말인가?

분위기 바꿔서 '연구원 양성소'를 생각해 보자. 100명의 연구원을 6년에 걸쳐 트레이닝을 시킨다고 가정하고 탑 5명만 연구시키고 나머지는 (어차피 쓸모없는 연구만 할 거) 그냥 짜장면 배달부 내지는 튀김집 연습을 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누가 연구원 양성소에 갈까? 탑 5명만 갈거라고? 탑 5인지 아닌지는 연구원 양성소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아는데? 근본적으로 인간의 능력은 인간이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탑 클래스만 대우하고 나머지를 대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랜덤하게 5명 추첨해서 VIP대우 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다시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연구원이 어느 정도 있어야 능력있는 연구원과 능력없는 연구원이 구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능력구분 목적 보다는 연구원 수를 유지하기 위해 일견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다. '관찰'연구소에 있다가 더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론'연구소로 옮기는 일이 있을 수 있고 '이론'연구소에서 한가닥 하러 왔다가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관찰'연구소로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무한경쟁시대에 '이론'연구소에서 2만불만 받다가 밀려밀려 통닭집 차리는 분위기라면 아무도 연구원이라는 직업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아참, '능력있는 연구원과 없는 연구원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틀린말은 아닐 수 있다. 구분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존재는 해야 하니까. 이쯤에서 제목을 약간 정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능력의 유무는 실제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목: 쓸모없는 연구를 계속 유지하는 진짜 이유

댓글 2개:

익명 :

감사합니다. 함정에서 빠져나왔습니다.

파름 :

함정이라뇨? 어떤 함정이었길래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