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27, 2006

우리 나라의 아파트 선호의 한 측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파트를 무지무지 선호한다. 선호하다보면 다른 효과도 생기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투자' 같은 것도 포함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우선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책과 거의 담을 쌓은 나 일지라도 대략 재태크의 주제를 가진 책들의 요약들을 보자면 한결같이 '돈이 돈을 벌어주는 구조를 만들라'로 귀결이 된다. 부동산 같이 환금성이 떨어지는 자산은 현금이 필요할 때 돈으로 바꾸기가 매우 힘든데 거의 유일한 예외는 '아파트'이다.

어쨌거나 오늘의 주제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파트'를 좋아하는가 이다. 나의 짧은 인생에서, 그래도 몇 군데는 돌아다녀 봤는데 우리 나라를 제외하면 독일, 프랑스, 콜롬비아, 중국, 미국 정도... 하지만 그 중 프랑스와 중국은 제외하자. 왜냐하면 호텔에서 묵은 것은 사는 사람들의 느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은 몇 년 살았지만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하다. 여기는 아파트형태의 건물과 주택형태의 건물이 공존한다. 선호도로 따지자면 주택이 더 좋긴 하지만 문제는 주택에 사는 것은 단지 '돈'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잔디 깎기를 반드시 해야 하고, 집앞의 눈 때문에 보행자가 미끄러져 다치면 그 집의 책임이다. 이걸 파출부같은 사람들을 사용해도 되지만 어떤 사람의 표현대로 독일에서의 사람 손은 금값이다. 이걸 싫어하면 아파트에 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매우 부지런 하므로 잔디를 깎지 않아서 경찰의 전화를 받는 일은 드물다. 또한 괜찮은 곳의 동네라면 옆집에서 와서 '대신 깎아줄까요?' 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우리집도 한 번 그랬었다. 쪽팔려서 당장 깎았다. 그 다음 치안 상황으로 들어가자면 전반적으로 도둑 자체가 드물다. 경찰들 권한이 막강하므로 반항은 없다. 보통 경찰이 총을 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분위기 자체는 경찰이 총을 쐈다고 하면 '맞을 짓을 했구먼...' 하는 분위기다.

그 다음 콜롬비아. 여기는 치안 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다. 게릴라와 내전상태라는 것이 언제 총맞을지 모르는 환경이 된 것. 따라서 외딴곳에서 혼자사는 것은 자살행위다. 집도 앞에 청경이 지켜주는 고급 빌라나 아파트가 대세다. 집값이 싼 지역은 집 안은 괜찮으나 집 앞의 거리는 매우 위험하다. 집값이 비싼 지역은 길 모퉁이 마다 2인조 경찰이 총들고 지키고 있다. 그래서 비싼 동네는 거리도 상당히(생각보다) 안전하다. 하지만 집값은 서울 뺨친다. 어쨌거나 여기서는 계층이 확연히 분화돼 있고 집값, 세금, 등등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좋은 집이란 것은 좋은 지역에 있는 집을 의미하고 치안이 확보가 된 집이 최고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보자. 어차피 내가 갔던 곳이 달라스라는 택사스 촌동네고, 있었던 기간도 1주일 밖에 되지 않아서 그다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여기서는 얻은 확실한 메시지가 있다.
첫째, 자동차가 거의 '신발'과 유사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만 몇 시간이라도 없으면 무지무지 불편하다는 것. 자동차라는 신발이 있는 한 활동반경은 무지무지 넓다는 것이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둘째, 미국은 그다지 치안이 좋은 나라는 아니라는 사실. 어찌보면 이건 도시 별로 다를 수도 있지만, 양극화가 진행이 되고 특정 계층이 몰려살게 되면 당연할 수 있다. 다이하드에서도 나왔지만 흑인들이 사는 슬럼가에 백인이 나타난다면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마찬가지로 밤 늦은 시간에 불꺼진 도시 한 복판에서 어슬렁거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셋째, 자기목숨은 자기가 지킨다는 것. 이것은 옛날 카우보이 영화에서 보던 바로 그것이다. 헛짓하다 총맞아 죽으면 자기손해. 만약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 증명만 되면 무죄... 이 말 뜻은 남의 집에 잘못 들어갔다가 총맞아 죽을 수도 있고,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 나라처럼 경우 술먹고 옆집 들어갔다간 그자리에서 총맞아 죽어도 싸다는 사실이다.
이 세가지를 합하면 미국의 주거 형태가 나온다. 바로 단독주택. 비록 양극화가 진행됐어도 좀도둑들은 총맞아 죽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칠 생각을 못한다. 서로의 사생활 침해가 있을 수 있는 공동 주택의 경우는 특별히 땅이 좁지 않는 미국에서는 그다지 효용가치가 없어보인다.

우리나라는 총기소유가 불법이니 도둑을 총쏴서 잡았다고 하더라도 도둑 잡은 것 보다는 불법 총기 소지로 오히려 주인이 잡혀갈 지도 모른다. 같은 조건이면 도둑이 유리하다. 이런 좀도둑 때문에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가 유리하고, 원래부터 좁은 땅덩어리였기 때문에 더더욱 아파트가 유리하기도 하다. 가장 괜찮은 점은 이렇게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쉽게 현금화 할 수 있어서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쓸데없는 상상은 요즘 부동산으로 미쳐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 때문이다. 어째 어딜 가나 부동산 이야기 밖에 안하니... 어차피 내용은 개인적인 상상력의 산물이므로 신빙성 보장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길.

댓글 2개:

jhrogue :

닭아, 아파트를 현금화하기 쉽다고 했는데, 그건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때 이야기다. 상승장에서 조금만 손실(이건 손실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을 감내하면 현금화하기 어려운 물건이 뭐가 있겠냐? IMF 사태와 같은 하락장을 생각해야지.

가격이 더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느 바보가 구입을 하겠냐? 이번에는 구입하는 사람 쪽에서 구입 시점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미루고 또 미루지. 결국 원할 때 현금을 손에 쥘 가능성이 불확실하지 않겠냐?

게다가 아파트는 1평 2평 단위로 떼서 팔지도 못해. 분할 매매가 불가능하므로 현금이 일부만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재산권 제약이 가해지는 담보로 잡히거나 전체를 모두 매각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파트는 일반 땅이나 일반 주택보다는 환금성이 뛰어나지만 정기예금, 주식, 국채와 비교해서는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지.

- jrogue

파름 :

닭아 네 말도 맞다. 어디까지나 현금화 난이도 여부는 다른 '부동산'자산과 비교했을때다.

근데 극도의 상승/하락현상이 벌어지면 환금성이 강한 주식도 마찬가지다. 오르면 팔기 아깝고, 내리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뻔한 이야기지.

아파트 구입 미루는 것은 좀 아파트의 특수성이 뒷받침 되어야 될 듯하다. 짧은 기간이면 모르겠지만 전세 만료일, 잔금날짜가 정해졌다면 하락장에도 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