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3월 05, 2007

건설적인 토론 vs. 소모적 말싸움(혹은 개싸움)

블로그는 개인의 공간이므로 그 공간 안에서의 글들에 대해서는 블로그 주인이 마음대로(?) 통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사가 그렇듯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 요즘 들어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플러들이 그러한 종류가 되겠다. 악플들은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한 번 당하고 나면 그 더러운 기분은 어디서도 보상이 되지는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 나는 악플을 경험한 적은 없다. 사실은 그 정도로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지도 않기 때문에 악플러 조차도 외면하는 그런 블로그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별로 득이 없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간에, 이런 인터넷이라고 하는 네트웍에서는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법칙이 적용된다. 가장 임팩트가 큰 차이점은 '거리' 라고 하는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큰 차이점은 질량보존법칙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다른 말로는 펌질을 해서 똑같은 것을 수 도 없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과의 괴리에 의해서 괴상한 존재들이 탄생을 하는데, 그것들 중 하나가 바로 '폐인'으로 대표되는 네트웍의 '괴물'들이다. 악플러도 그 중 하나이고, 스토커도 그 중 하나다.

개중엔 사실 '괴물'로 분류하기엔 애매한 부류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게시판 같은 곳에서 끝없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부류인데, 상당수는 그럴듯한 논쟁의 근거가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과 논쟁을 벌이는 것도 별로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소모적인 말싸움과 건설적 토론의 구분이 힘들기 때문에 한 번 말려들었다간 그대로 소모적 말싸움에 그대로 휘말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간단하게나마 이러한 건설적인 토론의 필요조건을 짚어 보도록 하겠다.

첫째, 건설적 토론 중에 '상대방의 인정'이 필요하다. 상대방과 '공감'하는 부분을 이끌어 내지 않는다면 절대로 건설적인 토론이 될 수 없다. 만약 상대방과 공감하는 부분을 찾지 못한다면 더 이상 토론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이건 자신의 힘과 상대방의 힘이 붙는 힘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인정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토론해 본 적이 많지 않지만 상대방을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생대방을 인정한다면 '내가 너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너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라고까지 마음속 깊은 곳 까지 인정을 해 줘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편가르기와 쌈붙이기에 길들여져 있어서 상대방 인정의 기본기가 없다.

둘째, 나의 생각이 존재 해야 한다. 이것도 말처럼 쉬운건 아니다. 만약에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하나의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생각이 있다고 봐도 되긴 하겠지만 그렇게 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함정이 있는데, 반드시 '남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분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 생각 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생긴다. 만약 대학교 석사나 박사과정에서 논문을 제대로 쓴 사람이라면 -- 사실 이건 미국학교에서는 중.고등학교때 배우는 것이지만 -- 다른 사람의 생각을 표기 할 때는 따옴표를 반드시 쓰고 출처를 명기해야 한다고 배웠을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분리할 수 없다면 (혹은 몽땅 다 자기 생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절대로 자기 생각일 수 없다. 나의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세째, 토론의 공통 목표를 찾아야 한다. 사실 이건 생각보다 쉬운편이다. 수 많은 토론 같지 않은 토론들도 이건 제대로 잡은 경우가 많다. 뭐, 제대로 잡지 않아도 '명분'이나 '체면'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만 따라서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었는가? (나도, 상대방도...) 그럼 이제 건설적 토론을 할 준비는 됐다. 토론의 준비가 됐다고 토론이 매끄럽게 진행된다고 착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단지 '준비'만 됐을 뿐이다. 그럼 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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