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2월 28, 2005

대사관 이모 저모

내가 옛날 고등학교 다니던 때, 우리 아버지는 대사관에 근무를 하셨다. 주 독일 한국대사관이다. 그때의 기억과 지금 콜롬비아 파견된 시점에서 새롭게 느껴지는 대사관의 이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사관에 있는 외교관은 다들 알다시피 '면책특권' 으로 유명한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다닌다. 이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상당한 특권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체포를 당하지 않는다던지 하는 것이다. 그 외에 대사관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은 관용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 관용 여권도 상당한 우대 여권이다. 나도 이번에 관용 여권이 나왔다. 하지만 단수여권이라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이래저래 나에겐 불편하기만 한 여권이긴 하다.

대사관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관 내는 한국영토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사관이라는 곳은 그 나라에서 매우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다른 부수적인 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 나라 공휴일에도 한국대사관에서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한국 공휴일에는 대사관이 쉰다던지 한다. 물론 어떻게 쉴지는 사실 대사관의 결정 사항이다. 그 나라 휴일과 한국 휴일 동시에 쉬는 곳도 있다.

이렇듯 한국 영토에 있다보니 대사관 직원, 더 정확히 말하면 외교관은 그 나라의 세금이 면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가세 같은 것도 나중에 다시 돌려 받는 다던지 하는 것이 가능하다.

외국에 오래 있다 보면 한국이 그리워질 때도 있고, 한국 땅을 밟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이때, 한국 대사관 내로 들어올 수 있다면, 그 땅이 한국 영토라고 생각을 해도 된다. 한국대사관은 한국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곳이니 필요하다면 부담없이 찾아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매우 어색한 위치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먼저, 사무실은 콜롬비아 통신부 내에 있지만, 사실 콜롬비아 정부 소속으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협력단 소속으로 근무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협력단 사무실이 콜롬비아에 없기 때문에 대사관에서 그 일을 대행하는 형식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대사관의 제어를 받는다. (예를 들어 뭔가 돈을 집행하려고 하면 참사관님과 대사님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던지) 그렇다고 대사관 내에 국제협력단 사무실 분소를 만들기도 좀 어색하고 해서 이래저래 위치가 애매한 상황이다.

예를 들자면, 콜롬비아 통신부에다가는 대사관에 간다고 이야기 하고, 대사관에다가는 통신부 간다고 이야기 하고 공중으로 붕 뜰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파견되는 사람은 하나, 일도 누가 시키는 게 아니라 알아서 하는 거라 정말로 일을 하는 지는 본인의 양심만이 알 수 있다.

이러다가 큰일 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요즘들어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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